언젠가 다시 오겠습니다 by 나무가소유한숲

이 글을 마지막으로 정든 서울과 이 온라인 기록 공간을 떠난다. 음악만을 위해 계절이 바뀌고 바뀌고 바뀌고 바뀔 때까지 정들었던 서울을 떠난다. 나와의 이야기를 하러 떠난다. 떠난다는 것, 스스로가 어떤 결심을 하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오랫동안 떠난다는 것은 꽤 용기가 필요한가보다. 요즘 날씨가 무척 춥지만, 오늘만큼은 동네를 많이도 돌아다녔다. 많은 추억들이 쉬이 버려지지가 않아서 말이다.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생각에 빠졌고, 미소가 지어졌다. 누군가와의 장소와 누군가와의 길, 나만의 장소와 나만의 길. 모든 걸 눈 속에 꼭꼭 심어두고 싶지만 난 그리 머리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그냥 웃기만 했다.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과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공존한다. 막상 떠나야할 날짜가 점점 다가오니깐 그 마음은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 이젠 물릴 수도 없어, 집에 남은 게 이 데스크탑(이것도 결국 내일이면 친구가 가져감)과 배낭(내 전재산)과 기타가 전부니.

지난 주말에 가족을 위한 문신을 하나 더 새겼다. 내 소원이 한가지 있는데, 가족과 함께 가고픈 곳.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함께 가고 싶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할 거라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언젠가는 갈 수 있겠지, 다 같이. 난 사실 가족에게 그리 잘 해준 편은 아니다. 가족에게 피해만 끼치지 말자는 주의였지만 그건 잘못된 주의였더라. 내가 줄 수 있는 건 모두 줘야만 하는 거 아닌가. 난 가족에 대한 고마움이나 소중함에 대해 꽤 무심했던 적이 많다. 새삼 깨달아도 쉬이 까먹어버리곤 한다. 다시 어떻게 잡은 깨달음인데, 이제는 좀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가족을 위해 노래를 하자.

목적지가 없다. 어디에 있을지는 나도 모른다. 단기간의 여행이 아니다. 장기간의 오랜 여행이다. 난 집도 차도 돈도 없다. 내 몸과 배낭, 그리고 기타가 전부다. 그것만 있으면 어디에 있든 상관이 없지 않겠나.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에서든 음악을 할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니겠나. 뭐, 집이든 뭐든 어떻게 되겠지. 나중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 당장의 문제만 걱정하면 되는 거지, 뭐. 참고로 지금 당장의 문제는 목이 몹시 마른데 물이 없다는 것. 물을 사러 멀리 편의점으로 갈까 그냥 잤다가 내일 아침에 물을 살까-가 제일 큰 고민이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아무튼 나중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 내가 갖추고 싶은 건 이제 다 한 거다. 내 몸, 내 배낭, 내 기타. 충분하다, 이거면.

이 게시글 이후, 이 곳에 글을 쓰는 나 자신은 어떤 모습일까. 아마 많은 걸 더 경험하고, 손톱만큼이라도 더 성장했겠지. 내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아마 그랬으면 좋겠다. 조금 더 성숙해지고, 조금 더 세상을 깊게, 넓게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한다. 다시 돌아왔을 때는 좋은 음악을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생각과 감성이 세상과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글을 보는 사람은 얼마 없을테지만, 그래도 나의 글을 정기적으로 읽으러 오는 사람이 있다는 것, 나도 알고 있다. 다음의 존댓말은 그 소수들에게 하는 것이다. 

저의 삼류 저질 인생만을 다루는 글을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취향들이 되게 독특하시다는 점은 인정하겠습니다. 어떻게, 이런 글을 좋아하시다니... 아무튼 좀 오랫동안 떠나게 되니 잊으실 수도 있을텐데, 잊지 마시고 제 글 구독을 멈추지 말아주세요. 언젠가는 다시 오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또 뵙겠습니다. 건강하세요. 건강이 최곱니다 :-)


이런 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by 나무가소유한숲

조용한 새벽에 쿵쾅쿵쾅 요란스럽게 베란다 문을 열며 등장하는 악단, 후레쉬 기능과 녹음 기능 장착한 안경,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활짝 피어나는 나팔꽃, 버튼 누르면 1.5배로 두툼해지는 패딩 점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5명 정도의 위치가 깜빡이는 종이 지도, 휴대용 모닥불, 새끼 오리처럼 내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신발, 끝없이 돌아가는 작은 드라이버 소리,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한 드링크, 유성 매직을 능가할만큼 절대 지워지지 않는 유성 매직, 그냥 타고만 있어도 알아서 목적지까지 안내해주는 오토바이, 상대방에게 쏘면 상대방의 머리 위에 상대방의 기분 수치가 뜨는 총, 엄청 큰 바퀴 달린 돛단배, 자물쇠 기능 장착한 투명 침낭, 하루 한알 복용하면 공복이 날아가는 파란색의 알약, 쓰면 외로운 장소가 상세히 나타나는 둥근 테의 선글라스, 라디오 기능 달린 고요한 밤을 밝힐 수 있는 매우 거대한 전구, 머릿 속으로 생각하는 단어가 자동으로 모두 나타나는 데다가 하늘에 날리면 절대로 땅에 떨어질 일 없는 종이, 휴대용 현금 인출기,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를 때 임의로 가도 될만한 장소를 알려주는 화살표, 내 옆에서 안아달라고 징징대는 불독.

했던 일, 03, February, 2012 by 나무가소유한숲

통신 광고 전화로 꽤 이른 아침에 깨어났다. 요즘의 꽤 이른 아침이란 오전 10~11시를 의미한다. 평균 자는 시간이 오전 7~8시인점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꽤 이른 아침이다. 눈이 따가워서 얼른 다시 자고 싶은데 한번 깨어버린 잠은 그리 썩 오질 않았고. 조금 지나니 누군가의 노크소리가 들렸다. 부동산에 내놓은 우리 집을 누군가가 보러왔다. 100% 무방비 상태로 맞이하게 되어서 조금 부끄러웠다. 그리고 꽤 짜증이 났다. 미리 전화를 하던가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아무리 젊은 사람이 혼자 산다고 해도 갑자기 그렇게 들이닥치는 건 충분히 실례가 되는 행동이 분명하다. 나갈 때 쯤, 부동산 직원분께 다음부터 미리 연락을 달라고 이야기를 하며, 되도록이면 오후에 집을 보러 오는 행위를 예비 세입자들께 권해주기를 당부했다. 얼마나 더 잤을까. 오후 1시가 되어서 깨어나니 조금 정신이 들었다. 사실 오늘의 계획은 헌혈도 하고, 영화도 보고, 밖에서 사진도 찍고, 글도 쓰고 같이, 꽤 활동적인 하루를 보내는 것이었으나... 수도가 얼어버려 뜨거운 물도 나오지 않는 형편없는 집에선 씻는 것조차 귀찮았다. 대충 털모자 눌러쓰고 이만 닦은 채 은행으로 향했다. 그저께 새벽에 현금인출을 하면서 통장 잔액이 생각지도 못하게 많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에 대한 확인차, 그리고 어저께 판매중이던 물건이 팔리면서 입금을 했는지에 대한 확인차. 가는 길에, 늘씬한 여성분이 참 나랑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구나-를 떠올리며, 나는 왜 아직도 추운 날씨인데 슬리퍼를 신고 왔을까-를 떠올리며, 발가락에 감각이 없음을 느꼈다. 집으로 다시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다 떨어진 커피와 설탕과 방향제를 샀다. 아직 저녁이 되려면 한참 멀었는데 장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은 걸 알아차렸다. 다들 우리 엄마의 시간대로 장을 보러 가는 것은 아니었던 거다. 난 장을 본다라함은 항상 저녁이 오기 바로 직전에 보는 것인줄 알았다. 목욕탕에 가서 좀 씻고 싶었다. 그냥 단순하게 샤워만 하고 올려다가 그냥 제대로 목욕을 해야겠다고 느꼈다. 열탕 속에 들어가서 생각을 버리는 일은 내가 자주 하는 행위다. 오늘은 참 그게 쉽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일까. 쉽게 버려지지는 않고 가슴은 답답해져버렸다. 열탕과 냉탕을 왔다갔다 하면서 생각이 떨쳐지기를 기다렸고 조금씩 조금씩 버렸다. 평일 대낮의 목욕탕에는 나밖에 없어서 좋다. 물론 시설이 낙후한 건 사실이다. 동네의 오래된 목욕탕이다. 허나, 아무도 없는 그 공간에서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몸으로 일종의 마음의 수련을 하는 일은 참 좋다. 언젠가부터 머리가 복잡하고 생각이 많을 때는 그렇게 목욕탕에 혼자 가곤 했다. 목욕탕 사장님과 어느 정도 구면이 있으니 잘 대해주시려는 걸까. 등이 밀리지 않아 팔의 각도가 이상한 방향으로 휘어지는 순간에 슬쩍 오셔서, 등을 밀어주시며 이런 저런 짧은 이야기를 좀 나눴다. 8여년만의 '타인에게서의 등 밀림'이었다. 그래. 그 8여년이란 건, 아마 친구들과 마지막으로 목욕탕에 갔던 시절이다. 조금 새는 이야기지만, '연인과의 사랑을 나눔으로써 발생하는 등 밀림'은 제외하겠다. 오로지 '사나이와 사나이로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뜨거운 등밀림'이다. 기분이 매우 좋았고, 내가 세상을 그리 나쁘게 산 건 아닐지도 몰라-가 떠올랐다. 생각을 버리고 때를 벗기고 깨끗하게 가다듬었다. 늦었지만 영화를 보러갈까 싶다가도 이제 나가면 추울텐데 뭘-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금방 사왔던 커피 뚜껑을 따고 커피를 타마셨다. 담배를 폈다. 친구에게 전화를 했고, 오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메시지로 내일 약속을 잡았고, 결국엔 타인에 의해 외출을 하게 될 것을 생각하니 스스로가 조금 나태해져있다는 생각을 많이 가졌다. 쓸데없이 메트로놈을 92에 맞추고 가만히 멍하게 그 소리만 들었다. '틱, 틱, 틱, 땡, 틱, 틱, 틱, 땡, 틱, 틱, 틱, 땡...' 그 소리가 머릿 속에서 지금까지도 생각이 나는 이 순간엔 배가 고프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 순간엔가 카카오톡(KakaoTalk)에서 친구가 되어버린 동네 치킨 가게가 생각이 난다. 카카오톡으로 주문하면 가져다 줄려나...


스물하고도 여덟의 시간 속에서 by 나무가소유한숲

일을 그만뒀다. 마지막 일이라는 생각이 '여느 때의 마지막 일'이라는 것과는 좀 달랐다. 차분했다. 그리고 나 주위의 공기가 바뀌고 있구나-를 느꼈다. 작정을 하고 그만둔 거라서 더욱더...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며, 어떤 정기적인 수입이 없을 거라는 걸 알아서. 어쨋든 수입, 즉 돈이라는 건 요즘 현대 사회에서 통용 되는 물물교환의 도구이니, 필수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필요조건 아니겠나. 뭐 아무튼 스스로가 택한 길이니 앞으로 뭐 잘못 되는 한이 있어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다른 색깔의 어떤 '근성'이 생긴 걸까. 아니면 그냥 역시나 단순하고 무식한 면 때문일까. 아니면 아직도 철이 덜 들었거나. 어쨋든 일을 그만뒀다. 더이상은 사회의 구조에 순응하지 않을 거라는 다짐을 했다.
일을 그만둔지도 이제 열흘. 그 열흘동안 하나하나 다시 찾아가는 느낌이다. 어떤 여유, 어떤 기분들 말이다. 여유롭게 내 삶의 조각들이 덕지덕지 붙는 그 느낌이란 참 좋다. 스스로를 좀 더 돌아보는 요즘이다. 내가 살아온 삶 속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찾아간다.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주제, 스스로가 세상에 던지고 싶은 한마디, 내가 했던 순진했던 다짐들 등등. 그런 이야기들을 틈틈히 이곳 저곳에 메모를 해둔다. 메모의 습관을 한동안 버린 나 자신이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만, 다시 찾아왔으니 된 거지.
작년부터 고민 고민해서 만들다가 방금에서야 막 완성이 된 곡이 있다. 누군가들에게 참 불러주고 싶다. 나에게 매번 어떤 고민을 늘어놓거나 힘든 이야기들을 하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정답, 행동을 제시해주지 못한다. 난 그렇게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닐뿐더러 말주변이 썩 좋은 편도 아니라서. 그래서 물론 막 완성이 된 그 곡도 정답이나 행동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 사람들의 마음을 같이 공감하고 들어줄 수 있는 것 같다. 같이 들어줄 수 있는 곡을 들으며 기운을 냈으면 좋겠다.
우정은 대체 무엇을 우정이라고 하는 것일까. 우정이라는 것은 사랑처럼 어떤 뚜렷한 색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누구에게나, 우정이라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데다 가면을 씌우기 딱 좋은 분류니. 그 가면에 속지 않으려 하면서도 자꾸 속아버리는 바람에, 이성의 끈을 놓고 분노하는 나 자신을 바라보면, 아직도 멀었구나-싶다. 그런 것들도 모두 흘려버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느껴야만 할 것 같다.



가끔씩 by 나무가소유한숲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혹은 이미 세상에서 생매장 당해버린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패배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지고 있던 긍정적인 생각들이 하나의 자기만족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난 지금 올바르게 행동을 하는 것일까-같이.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젓는데 나만 고개를 끄덕인다고 한다면, 무엇이 올바를까. 만약 이 모든 상황들이 만화고, 영화라면... 그리고 내가 그 만화와 영화의 주인공이라면, 관객들은 모두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이라고 하겠지. 그래야지, 만화가 만화 같고 영화가 영화 같으니. 그렇지만 난 어느 청춘 만화나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아니다. 내 삶은 만화나 영화같지가 않다. 그저 현실이다. 그래서 가끔씩 내가 걷는 길이 올바른 건가- 싶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그냥 부모님 말씀대로 평범하게, 회사에 들어가서 열심히 일 하고, 저축이나 적금이나 보험 같은 거 들고, 사랑하는 사람 만나서 결혼하고, 아들이든 딸이든 낳아서 사랑으로 길러주고 등등. 그 모든 부모님 말씀이 올바른 건가 싶다. 아마 이런 생각을 20대 초반에 해보고 최초로 다시 해보는 것 같다. 통장은 항상 0을 달리는데 난 왜 이렇게 이상을 쫓고 있는 건지. 돈이 전부는 아닌데 난 왜 앞서의 문장에서 통장을 언급했을까. 요즘의 청년들은 항상 통장을 생각하니깐 그것을 되짚어주고 싶었던 걸까. 나의 스피드는 왜이리 느린 걸까. 모든 것에서 느림보일 뿐인데... 사랑도 매번 실패하며 제대로 된 사랑은 만들지도 못한채 제대로 된 상처만 잔뜩 안아버리고, 사람 자체도 잘 믿지 못해 항상 불안해하고 혼자 가슴 졸이기도 한다. 일도 사랑도, 사람도 우정도. 아무 것도 믿지 못하고 제대로 된 게 단 하나도 없다고 생각을 하며 비관에 빠지게 된다.

이런 모든 생각들을 겪을 때마다 나는 항상 이 노래를 들었다. 가사가 뭔지도 모르겠고 뭘 뜻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그 멜로디는 항상 나를 위로했다. 분명 개인적인 어떤 상황에 처해있을 때 어떤 방식으로 나왔을 노래다. 난 그래서 음악을 좋아하는 거다. 이런 식으로 어떤 음악이든 항상 무언가를 '제시'해줬으니. 아, 난 아직 청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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