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하고도 여덟의 시간 속에서 by 나무가소유한숲

일을 그만뒀다. 마지막 일이라는 생각이 '여느 때의 마지막 일'이라는 것과는 좀 달랐다. 차분했다. 그리고 나 주위의 공기가 바뀌고 있구나-를 느꼈다. 작정을 하고 그만둔 거라서 더욱더...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며, 어떤 정기적인 수입이 없을 거라는 걸 알아서. 어쨋든 수입, 즉 돈이라는 건 요즘 현대 사회에서 통용 되는 물물교환의 도구이니, 필수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필요조건 아니겠나. 뭐 아무튼 스스로가 택한 길이니 앞으로 뭐 잘못 되는 한이 있어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다른 색깔의 어떤 '근성'이 생긴 걸까. 아니면 그냥 역시나 단순하고 무식한 면 때문일까. 아니면 아직도 철이 덜 들었거나. 어쨋든 일을 그만뒀다. 더이상은 사회의 구조에 순응하지 않을 거라는 다짐을 했다.
일을 그만둔지도 이제 열흘. 그 열흘동안 하나하나 다시 찾아가는 느낌이다. 어떤 여유, 어떤 기분들 말이다. 여유롭게 내 삶의 조각들이 덕지덕지 붙는 그 느낌이란 참 좋다. 스스로를 좀 더 돌아보는 요즘이다. 내가 살아온 삶 속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찾아간다.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주제, 스스로가 세상에 던지고 싶은 한마디, 내가 했던 순진했던 다짐들 등등. 그런 이야기들을 틈틈히 이곳 저곳에 메모를 해둔다. 메모의 습관을 한동안 버린 나 자신이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만, 다시 찾아왔으니 된 거지.
작년부터 고민 고민해서 만들다가 방금에서야 막 완성이 된 곡이 있다. 누군가들에게 참 불러주고 싶다. 나에게 매번 어떤 고민을 늘어놓거나 힘든 이야기들을 하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정답, 행동을 제시해주지 못한다. 난 그렇게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닐뿐더러 말주변이 썩 좋은 편도 아니라서. 그래서 물론 막 완성이 된 그 곡도 정답이나 행동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 사람들의 마음을 같이 공감하고 들어줄 수 있는 것 같다. 같이 들어줄 수 있는 곡을 들으며 기운을 냈으면 좋겠다.
우정은 대체 무엇을 우정이라고 하는 것일까. 우정이라는 것은 사랑처럼 어떤 뚜렷한 색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누구에게나, 우정이라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데다 가면을 씌우기 딱 좋은 분류니. 그 가면에 속지 않으려 하면서도 자꾸 속아버리는 바람에, 이성의 끈을 놓고 분노하는 나 자신을 바라보면, 아직도 멀었구나-싶다. 그런 것들도 모두 흘려버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느껴야만 할 것 같다.



가끔씩 by 나무가소유한숲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혹은 이미 세상에서 생매장 당해버린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패배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지고 있던 긍정적인 생각들이 하나의 자기만족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난 지금 올바르게 행동을 하는 것일까-같이.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젓는데 나만 고개를 끄덕인다고 한다면, 무엇이 올바를까. 만약 이 모든 상황들이 만화고, 영화라면... 그리고 내가 그 만화와 영화의 주인공이라면, 관객들은 모두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이라고 하겠지. 그래야지, 만화가 만화 같고 영화가 영화 같으니. 그렇지만 난 어느 청춘 만화나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아니다. 내 삶은 만화나 영화같지가 않다. 그저 현실이다. 그래서 가끔씩 내가 걷는 길이 올바른 건가- 싶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그냥 부모님 말씀대로 평범하게, 회사에 들어가서 열심히 일 하고, 저축이나 적금이나 보험 같은 거 들고, 사랑하는 사람 만나서 결혼하고, 아들이든 딸이든 낳아서 사랑으로 길러주고 등등. 그 모든 부모님 말씀이 올바른 건가 싶다. 아마 이런 생각을 20대 초반에 해보고 최초로 다시 해보는 것 같다. 통장은 항상 0을 달리는데 난 왜 이렇게 이상을 쫓고 있는 건지. 돈이 전부는 아닌데 난 왜 앞서의 문장에서 통장을 언급했을까. 요즘의 청년들은 항상 통장을 생각하니깐 그것을 되짚어주고 싶었던 걸까. 나의 스피드는 왜이리 느린 걸까. 모든 것에서 느림보일 뿐인데... 사랑도 매번 실패하며 제대로 된 사랑은 만들지도 못한채 제대로 된 상처만 잔뜩 안아버리고, 사람 자체도 잘 믿지 못해 항상 불안해하고 혼자 가슴 졸이기도 한다. 일도 사랑도, 사람도 우정도. 아무 것도 믿지 못하고 제대로 된 게 단 하나도 없다고 생각을 하며 비관에 빠지게 된다.

이런 모든 생각들을 겪을 때마다 나는 항상 이 노래를 들었다. 가사가 뭔지도 모르겠고 뭘 뜻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그 멜로디는 항상 나를 위로했다. 분명 개인적인 어떤 상황에 처해있을 때 어떤 방식으로 나왔을 노래다. 난 그래서 음악을 좋아하는 거다. 이런 식으로 어떤 음악이든 항상 무언가를 '제시'해줬으니. 아, 난 아직 청춘인가!


했던 일과 느꼈던 일, 2011 by 나무가소유한숲

어떤 의무적인 건 아니지만 올해의 마지막. 무언가를 기록하며 올 한해를 정리한다는 건 좋은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잠에서 일어나자마자 글을 가장 먼저 쓴다. 사실 뭘 했을지는 모르겠다만 말이다. 아무튼 오늘은 12월 31일이다.

1. 다시 한가지에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참 한동안 어중간한 삶의 연속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었다. 난 소박하길 원했고 사소하게 살아가는 것이 좋았다. 그렇지만 그건 썩 나와 어울리지 않았던 것 같다. 다이나믹한 무언가가 없다는 것은 마치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하루를 보내는 것만큼 나름의 불편한 점이 있었다는 사실. 유일하게 내 마음의 위로가 되어왔던 사실을 이제사 인지했다. 뭐, 사실 이런 소리들은 다 갖다 붙이는 말일테고 그냥 '좋으니까' 하는 거 아니겠나. 그래. 난 그냥 좋은 거야. 내가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딱 한가지, 좋은 목소리-나 스스로 인정은 하지 않는다만-로 세상과 이야기를 한다는 것. 깨끗한 창작이 말야. 다시 시작하는 것만큼 생소한 부분도 많지만 그런 건 뭐 아무 것도 아닌 거다, 나에겐.

2. 사랑의 열병을 앓았고 그건 제대로 착각이었구나를 인지했다.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던 것 같다. 진정 사랑이 아닌 순간까지 와놓고는 그걸 사랑이라고 나 본인에게 속이고 있었고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더욱 많은 상처를 만들어 줬다. 사랑에 대한 아픔은 매년 찾아오는 것일까 싶지만 올해는 유독 좀 심했다. 이젠 사랑도 정착하고픈 욕망이 커버려서 그랬을까, 사실 생각해보면 참 철없고 무책임한 행동이었던 것 같다. 너무 착하면서 잔인했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매우 무례했을지도 모른다. 아- 뭐 어떻든 간에 진심으로 사랑을 했고 이별을 했다. 그리고 어울리지 않게 많이 아파했다.

3. 의무적이거나 더이상 즐겁지 않다고 생각되는 인연들을 과감히 정리했다. 이게 사실 행하기 가장 어려웠다. 그렇지만 휴대폰에서 전화번호를 쓱싹 지우는 건 쉽지만 그 이상을 지우는 것이 말이다. 그렇지만 잘 한 짓이구나-를 생각할 수 있는 건, 분명히 내가 잃은 게 많을 테지만 오히려 얻은 게 더욱 많다는 점. 친구 많아봤자 뭐하겠어. 그냥 그런 의무적인 사람들과는 연락하고 싶지 않다. 아이고- 무려 5~6년 전의 나와는 참 많이도 달라졌다. 상상도 할 수 없고 믿기 힘들만큼 많은 친구가 있었는데 말야. 그게 참 좋은 거라고 여기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 진짜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사람만 있다는 사실에 꽤 슬펐다. 난 나와의 우정이 돈독하다고 여겼지만 상대방은 그게 아니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여러모로 힘들었다. 그러면서 원하는 답은 나오지 않고 질질 끌다가 올해에 그 답이 나왔던 걸지도 모른다. '연락의 소중함'을 요즘은 느끼며 행복해 하고 있다.

4. 패션에 접근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멋지기를 원했지만 요즘은 멋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냥 집에 있는 옷 아무거나 입는다. 패션에서 몸이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지는가보다. 스타일링 자체에 인색해졌다고 하는게 정확할까. 흠... 아니다. 이건 분명 입어볼 거 다 입어보고나니 가장 베이직한 것들이 좋구나-를 느끼게 된 나의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난 가장 처음으로 돌아왔다. 아무 거나 입는 것만큼 편한 게 없다는 것. 멋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않는 것에 대한 편함을 느껴버렸다. 이거 정말 좋은 거다. 그래, 뭐든 편한 게 가장 좋아. 겉모습이 어느 순간부터 시각적인 비중을 차츰차츰 잃어가고 있다.

크리스마스의 저주 by 나무가소유한숲

공교롭게도 또 이렇게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되었다. 크리스마스. 난 사실 캐롤을 좋아한다. 굳이 크리스마스가 아니더라도 알아서 잘 찾아 듣는 편이다. 캐롤이란 건 사실 어떤 목적성을 띈 음악이지만 나에게는 사실 그렇지 않다. 새해에도 듣고 여름에도 듣고 가을에도 듣고 크리스마스가 지난 그 다음날에도 듣고 뭐 그런다. 아무튼 어쨌거나 오늘은 크리스마스다. 웃기지만, 지금 이 글을 쓰는 중에는 그렇게나 좋아하는 캐롤을 듣지 않고 다른 음악을 듣고 있다. 아무튼 크리스마스다. 쓸데없는 인터넷의 인스턴트식 기사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선을 보면 사랑이 이뤄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며 혹은 이번 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며 같은, 정말 크리스마스를 설레게 할 방법을 찾는듯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더이상 낭만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유독 크리스마스에는 낭만을 찾는 듯 하다. 1년의 모든 낭만을 이때에 푸는 걸까 싶기도 하고...

뭐 어쨋든 제목은 크리스마스의 저주다. 되게 거창해보인다. 앞으로 써내려갈 이야기는 다분히 나의 경험담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그러나 사실 저주라고 할만큼 나쁜 건 아니지만, 굳이 제목을 붙이다보니 어떤 단어의 익숙함이 좋겠다 싶어서 저주라는 단어를 넣었을 뿐, 그 이상은 아니니 오해를 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럼 이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난. 27년을 살아오는 동안 크리스마스에는 '커플'이었던 적이 단 한차례도 없다. 크리스마스말이다. 친구들과 보낸 기억, 술 마신 기억, 혼자 보낸 기억, 만화영화 본 기억. 이런 기억 밖에 없다.
이젠 몇 년전인지도 기억 나지 않는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점심 때, 그 당시의 애인과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아마 난 근사한 크리스마스 계획은 없었지만, 나름의 기억에 남을 크리스마스 선물도 준비하고 데이트도 생각해뒀을 것이다. 정확한 건 아니지만 아마 그랬을 것이다. 난 꽤 그런 방면에 있어서는 특유의 센스를 보여주는 기질이 있긴 있으니 말이다. 흠... 아마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나 스스로가 그 당시를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일런지도 모른다. 혹은 적확하게 그 당시의 공기며 바람의 세기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지만 글을 쓰면서 쓰기 싫어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단정짓고 글을 쓰는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그런 그런 크리스마스 이브였고 그런 그런 나름의 크리스마스 계획도 세워뒀-을 것이-다. 그 당시 애인의 취향에 맞춰, 조용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곳으로 이동을 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해야할 일들과 쓸데없는 예술사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말했다. "헤어져." 난 '썅...'... 그렇다. 난 이유도 모른채 차여야했다. 그것도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들떠있는 사람들이 길거리에 삼삼오오 모여 로맨스를 즐기고 있는 게 그대로 보이는 창문을 옆에 두고.
크리스마스 이브를 무사히 넘겼다. 그래. 드디어 나에게도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낼 애인이 생겼구나!를 외쳤다. 아니,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일을 하는 그녀기에 볼 수 없었지만 뭐 상관있을려나, 바로 오늘, 크리스마스에는 함께 할 수 있을텐데. 그래. 예전의 기억은 잊자. 앞으로만을 생각하면 돼. 내 인생의 한페이지를 그을 수 있을 거야. 드디어 크리스마스를 커플로서 로맨스를 즐길 수 있게 된 거야. 그녀와 만나기로 한 시각에 맞춰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녀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질 않는다. 뭐, 데이트 준비한다고 여념이 없나보다. 뭐, 원래 전화를 잘 하지도 잘 받지도 않았으니. 이런 쿵짝이 잘 맞으니 우리가 커플이 아닐까! 난 먼저 우리가 만나기로 한 분수대에 나가서 그녀를 기다렸다. 날씨가 춥고 입김이 나오지만 그리 춥지는 않다. 그녀에게 건네줄 선물도 준비했다. 입김을 호호 불어가며 그녀를 기다렸다. 담배를 하나 폈고 하늘을 쳐다봤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하늘. 내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바라는 건가! 오전 11시. 나오질 않는다. 전화를 했으나 받질 않는다. 오후 12시. 나오질 않는다. 전화를 했으나 받질 않는다. 오후 1시. 나오질 않는다. 전화를 했으나 받질 않는다. 오후 2시. 역시나... 역시나... 오후 3시. ...... 훗날 알았지만 크리스마스 이브, 크리스마스. 모두 나 말고 다른 남자와 보냈다는 후문이 전해졌고, 그녀는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가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에 답장을 하지 않고 있다. '나 먼저 도착할 거 같은데, 어디에 들어 가 있을까? 그냥 분수대에서 기다릴까?'
성인이 되고 처음 맞이하게 된 크리스마스 이브 날, 아쉽지만 난 솔로. 그렇지만 내가 매우 좋아하는 여자얘가 있었다. 귀여운데다 조금 까칠하게 구는 게 매력이었던 어떤 여자얘였다. 아무튼 성인 되고 처음 맞이하게 된 크리스마스 이브, 친구녀석과 사귀던 여자친구가 일하는 술집을 빌렸다. 아니, 빌렸다기보다는 그 술집에 손님이 우리밖에 없었다. 워낙 외진 동네의 술집이었던데다 간판도 전기세 아낀다고 켜질 않았으니. 그리고 나의 친구무리들과 내가 매우 좋아하는 여자얘와 그 외의 잡다한 여자얘들이 모였다. 우리는 의도치않게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게 되었다. 그리고 친구녀석들도 모두 나와 그녀를 이어주려 다분히 노력중이었다. 그렇지만 까칠하게 튕기는 그녀였으나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괜찮아질 법도 했다. 허나, 평소 노는 데 잘 끼지 않던 친구 녀석이 뒤늦게 도착했다. 매우 잘 생기고 꽤나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한 친구였다. 맙소사... 내가 좋아하는 그녀는 그 잘 생긴 친구에게서 눈을 떼질 못하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둘은 서로 가까이 붙어서 떨어질 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다. 그 친구는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그랬었기에 괘씸하다 생각이 들었고. 우리는 그 크리스마스 이브에서 크리스마스로 바뀌던 추운 겨울 밤, 어둑한 술집 옆 골목에서 끝없는 싸움을 했다. 인생의 재미란 이런 거일까, 그 친구녀석과 그녀는 아직까지도 잘 사귀고 있으며, 아마-개인적인 바람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결혼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둘은 나에게 때놓을 수 없는 가장 친한 친구다. 더 재미있는 건, 그 곳에 왔었던 잡다한 여자얘들 중 두명은 훗날, 나와 약간 심각할 법한 썸씽이 있었다. 그것도 한명은 다른 친구녀석이 자신의 여자친구라며 데리고 왔던 여자얘였다.
크리스마스 이브. 잠깐 어울렸던 무리들 속에서 몰래 사귀던 여자얘가 있었다. 들키면 꽤나 민망한 상황이 발생할 것 같아서 숨기고 숨겼다. 그녀는 우리의 관계를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나를 이해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무튼 그런 그녀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파티를 벌였다. 어느 지하의 작은 바였다. 우리들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왔었다. 시끌벅적한 그런 파티 있지 않나. 환상적인 음악이 흘러나왔다. 우리는 소리를 질렀고 환호를 했고 시끄럽게 웃어댔다. 남몰래 그녀의 손을 잡는 것은 아마 아주 짜릿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술이 조금 취했을 무렵, 그녀와 눈이 마주쳤고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지하의 바를 나와 모두 문 닫아 조용하고 어두컴컴한 빌딩의 계단을 올라갔다. 어떤 단호한 목적 없이는 절대 아무도 올라갈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그런 조용하고 어두운 빌딩의 계단. 우린 꽤나 급하게(?) 사랑의 짜릿함을 나눴다. 크리스마스 이브. 그리고 사랑. 난 이제 크리스마스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구나!를 속으로 외치며 환호를 했다. 우린 그렇게 급하게 사랑을 나눴다. 그리고 살금살금 함께 계단을 내려오는데 빌딩 입구에 보이는 낯익은 뒷모습. 우리 무리 중 한명이었는데. 돌아보며 우리를 쳐다보는 시선이 심상치 않았다. 그녀는 그 남자에게로 뛰어가더니 미안하다고 한다. 내가 먼저 그녀에게 추근덕댔다며 이야기를 한다.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 썅... 난 세컨이었다. 내가 그 무리들과 어울리기도 전부터, 둘은 몰래 사귀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의 얼토당토 않는-내가 추근덕댔다는- 거짓말과 동시에 그 남자의 주먹은 곧바로 나의 턱으로 날아왔다. 지하의 바로 가 가방을 메고 곧바로 그 바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찬 바람을 맞으며 맥주를 두어캔 마셨고 하하하! 웃었고 편의점으로 들어가 컵라면을 먹었다. 그리고 그 무리와 다시는 어울리지 않는 게 좋구나- 싶었다.

크리스마스다. 역시나 난 혼자고. 역시나 저주는 풀리지 않았다. 당연히 올해에 겪은, 아니 내 인생의 가장 최근의 사랑 또한, 어떤 저주에 의해 역시나 크리스마스까지도 의식하고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마, 이 크리스마스의 저주는 절대 풀리지 않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뭐, 상관없으려나. 나름 27년동안의 크리스마스만은 절대 솔로였던 나는 이젠 무덤덤하다. 나름 기독교라 교회라도 나가볼까 싶지만 더이상 어떤 종교에 대해선 생각을 멈추기로 한 시점부터는 사실 아무 것도 믿지 않는데 나가서 뭐할까 싶다. 사람 많고 북적대는 곳에는 더이상 당연히 가기 싫고. 그냥 동네나 어슬렁거리며 바람이나 쐬던가 해야지. 눈이라도 오면 좋겠다. 그럼 눈사람도 만들고 하면 되니깐. 지금 든 생각이지만, 크리스마스라고 들뜨거나 설레거나 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행복한 크리스마스만을 보낸건가- 싶다. 썸머타임이 흘러나온다. 호주에 가고 싶다.

10~13번 성격으로 무난하게 올 한해를 마무리 할 것 같다 by 나무가소유한숲

뭔가에 몰두를 한다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인 것 같다. 심심할 일도 없고 외로울 일도 없고 슬플 일도 없고 말이다. 심심하면 몰두하고, 외로우니까 몰두하고, 슬프니깐 몰두하고. 몰두하다보면 어느새 기분이 즐거워지고 행복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말이다. 나에게 부당하게 행동하는 악당들에게 '이 씨발새끼야!'를 제대로 퍼부어주고 싶어도 참는다. 아무리 기분이 더럽고 슬퍼도 쓰레기통을 걷어차거나 뭔가를 때려부수지 않는다. 몰두하면 알아서 다 풀리더라. 하하! 예전에 누가 참 미친 짓이라면서, 제정신이냐면서 이야기했던 게 아직까지 기억난다. 나만의 화풀이 방식, 나만의 복수 방식 같은 것들이 매우 잘못되었다고 지적을 했었다. 그것에 대한 제대로 된 사정은 모두 쓸 수는 없다만 아마 그랬다. 막 비웃으면서 말이다. 뭔가에 몰두를 하는 그 태초는 매우 다양하다. 어떻게 한가지 방법으로 뭔가에 몰두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그 뭔가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몰두하는 방법이 가장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거겠지. 그게 아니면 뭐든 이방인 취급 받을려나 모르겟지만, 아무튼 난 그렇다. 내가 이 뭔가에 몰두를 하게 된 경우도 순수하게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깔려있는 것은 맞지만 일깨움의 전구를 빡! 터트려준 것은 분노였고 복수였다.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복수말이다. '두고봐... ' 같은 대사들을 말하며 말이다. 하하하!
서론이 길다. 아무튼 나는 그런 분노와 복수로 인해 뭔가에 몰두를 제대로 하고 있는 중이다. 나의 즐거움을 이것으로 인해 풀고, 나의 행복을 이것으로 풀고, 나의 우울함, 나의 분노, 나의 복수심, 나의 슬픔, 나의 죽음... 등등 모든 것을 이것으로 풀고 있다. 나의 '모든' 감정. 대략 23가지의 감정을 모두 이것으로 풀고 있다, 이 말씀. 딱히 다른 것을 내가 사는 이 집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 잘 될 때도 안 될 때도 있다. 잘 되든 안 되는 상관없다. 그냥 이것에 몰두하고 내 감정을 표현하고 풀 수 있으면 되는 것이거늘. 늦은 나이에 접하게 되었다. 그만큼 남들보다 더욱 열심히 하고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을 안다. 쩝... 스스로가 남들과 비교를 한다는 그런 경쟁심을 버려야겠다. 나만의 속도대로 진행해가면 되는 것인데... 아직 난 정신수양이 필요하다. 여전히 말이다!

가만히 생각하니 올 한해를 정말 너무나도 허무하게 '소비'를 했다는 생각도 참 크다. 딱히 전진도 후진도 없이, 그냥 살았던 거 같다. 목표도 흐릿해지더니 마침내 사라져버렸다. 딱히 작년과 비교해서 나 자신에 있어서는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아, 달라진 게 있다면 지금은 일기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달라진 점이겠지. 그리고 올 한해는 참 많은 사람과 이별을 했고, 참 많은 사람과 만났다. 그리고 역시나 이별을 했고, 역시나 만났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사람과의 소통과 감정에 있어서 무뎌진 걸까, 아니면 그저 다 부질없다는 판단이 또 서버린 걸까. 너무 많은 만남들이 오히려 사람을 대하는 것에 있어서 무미건조한 감정을 실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아... 네. 네. 네. 그래. 안녕. 잘가. 응. 너도 등등등. 스스로가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기는 한 것 같다. 이 생각이 나 스스로를 너무 부끄럽게 만든다. 아직 덜 컸고 완벽하지 못하다는 거 아니겠나. 역시나 좀 더 정신수양이 필요한 페이지임에 분명하다.

이제 정말 한해가 다 끝나간다. 성장한 건 단 하나도 없다. 그렇지만 내년의 목표가 뚜렷이 생기게 되었다. 두려웠지만 나름대로 꽤 용기를 내서 시작하게 된 '몰두'다. 이젠 다쳐도 돌아갈 수 없고, 부러져도 다시 복구할 수 없다-라는 좀 더 단단하고, 안일하지 않은 생각으로 임해야겠다. 웃기지만 난 내 '저질 삼류 감성'을 믿고 있다. 이것만 가지고 있다면 난 내 방식대로 이 뭔가에서 하고 싶은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목적이 정해졌고 목표가 정해졌다. 이제 게으르지 않은 자세로 부지런히 임하며, 올 한해를 마무리 해야겠다. 이 다음의 문장은 스스로를 독려하는 말일지도 모르겠고 알리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내가 정말 '단 하나'에 몰두하면 어떻게 되는지, 말만 내뱉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테다.
그나저나 일단 아침이 엄습해온다. 아침이 오기 전에 잠에 들자. 그리고 잠에서 깨어나면 역시나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자, 그리고 그것에 몰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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