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옷에는 워낙 관심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나의 보물 중 옷도 존재한다. 아니, 옷에서도 보물이 몇가지 있다. 그 중 하나다. 어릴 적부터 가죽자켓은 하나쯤 가지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았지만 마땅히 내가 원하는 가죽자켓은 없었다. 늘상, 내가 하나쯤 가지고 있는 게 좋겠다-라는 건 '평생'의 세월을 말하는 거였다. 그랬기에 너무 어려보이거나 청춘만이 담겨 있는 가죽자켓은 원하지 않았다. 그러다 4년 전의 겨울에 에디 슬리먼(Hedi Slimane, Artist)의 마지막 디올옴므(Dior Homme)컬렉션을 보며 마지막으로 그의 몇가지는 사야겠다는 마음을 가졌었다. 그 당시의 디올옴므에 충성을 다하는 많은 남녀 중 나도 하나였다. 이게 맞는 비교인가 싶지만 이해를 좀 돕기 위해서 최근의 무엇을 비교하겠다. 쉽게 말해서 패션계에서, 요즘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 ~ 2011)와 애플(Apple)에 비교를 하면 될려나. 뭐... 꼭 그렇다는 건 아니고. 비교의 차원에서 이야기하자면 그게 가장 적절할 것 같다. 그만큼 에디 슬리먼과 디올옴므에 충성하는 패션피플들이 많았다. 그래서 나도 그의 마지막 작품들을 몇가지 사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던 거고(그나저나 에디 슬리먼 요즘 뭐하나, 계속 사진만 찍나. 다시 패션계로 오면 난 다시 패션에 관심을 가질지도 모르는데...). 어쨋든 그의 디올옴므에서의 마지막, 내가 평생에 걸쳐 입고 다닐 가죽자켓은 디올옴므의 가죽자켓으로 결정이 나게 되었다.
옷걸이의 한켠에 묵묵하게 걸려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든든하다. 평생을 함께 할 거라서 그런가... 우습지만 되게 남자답다고 하면 되겠다. 물론 여러 아우터들 사이에 끼어서 잘 보이지도 않지만 아무튼 그렇다. 가죽을 손으로 쓰다듬으면 부드러운 그것은 여간 좋은 게 아니다. 속감이 누빔처리가 되어 있어서 겨울에도 입으면 따뜻할 거 같지만 그건 아니다. 좀 춥다. 그리고... 사실 주구장창 입는 것도 아니다. 질리게 어떻게 그러나. 그리고 난 사실 아우터는 코트류를 더 즐겨입는 사람이라... 하하하! 아무튼, 입을 수록 스크래치나 주름이 늘어나는 게 여간 좋은 게 아니다. 점점 나와 '한 몸'이 되어간다는 생각이 드는 거 보면 말이다. 내가 생을 마감할 때도 입고 죽고 싶다는 말은 수없이 해서 주위 사람들은 누구나가 알 것 같다.
앞서의 글에서 물건은 살아있다-는 나의 생각을 한번 더 표명하는 바이다. 그가 만들어낸 그는 나에겐 너무 소중한 존재다.
추가글. 가죽자켓과 같은 사진이 작업실 겸 놀이방 겸 큰 방 겸 모든 걸 겸한 그 방에 붙어있다.
"어? 저거 너 가죽자켓 사진 아니냐?"
"응."
"근데 왜 붙여뒀어?"
"니가 '어? 저거 너 가죽자켓 사진 아니냐?'를 들으려고"
붙여둔 이유다. 지금까지 세명이나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어? 저거 너 가죽자켓 사진 아니냐?'를 똑같이...


덧글
2011/11/06 12:22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나무가 소유한 숲 2011/11/06 12:35 #
아이고. 그냥 '낙서'라... 쑥쓰럽습니다. 참고로, 웃고 있는 사람 베컴입니다. 모르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하하하!9625 2011/11/06 16:58 # 답글
아름다워요.나무가 소유한 숲 2011/11/06 17:06 #
아름답다니 과찬이십니다. 아...저 말고 가죽자켓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허허!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에디 슬리먼의 디올옴므 이후, 디올 옴므를 구매한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그만큼 에디 슬리먼만이 만들어낼 수 있었던 그 오리지널리티에 중점을 두고 있고, 현재로써도 그의 많은 사진 작업물들의 팬입니다.